바다 건너온 파랑
한때 유럽에서 파랑은 아주 비싼 색이었다.
울트라마린이라는 안료다. 청금석이라는 돌을 갈아 만드는데, 가장 좋은 돌은 오랫동안 주로 한 지역,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나왔다. 돌은 먼 교역로를 거쳐 바다를 건너 이탈리아에 닿았다. 울트라마린이라는 이름 자체가 바다 너머에서 왔다는 뜻이다. 색의 이름에 운송 경로가 들어 있다.
돌을 안료로 만드는 일도 오래 걸렸다. 갈아서 반죽하고 주무르는 공정을 거쳐야 맑은 파랑만 걸러졌고, 남은 찌꺼기는 훨씬 싼 회청색으로 팔렸다. 같은 돌에서 나온 두 가지 파랑에 다른 값이 붙었다.
그래서 중세와 르네상스의 그림 계약서에는 이 색을 어디에 쓸지가 미리 적히곤 했다. 어떤 등급의 울트라마린을 얼마나 쓸 것인지가 계약 조건이었고, 안료 값이 화가의 보수와 별도의 항목으로 정리되기도 했다. 화가가 색을 고른 것이 아니라, 색이 계약서를 거쳐 화면에 배정되었다. 가장 좋은 파랑은 흔히 성모의 옷에 놓였다. 가장 비싼 것을 가장 귀한 자리에 두는 방식이었다.
이 값은 희귀한 돌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 조건이 깨진 것은 19세기였다.
1824년 프랑스의 산업 장려 단체는 천연보다 훨씬 싼 값에 합성 울트라마린을 만드는 사람에게 상금을 걸었다. 상금은 1828년 한 화학자에게 돌아갔고, 천연과 같은 원리로 색을 내는 안료가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색은 남았고, 값은 급격히 내려갔다.
지금 그 파랑은 문구점의 물감 한 통에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