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값이 음수였던 시절
돈을 맡기면 이자를 내야 했던 시기가 있다.
2010년대 유럽과 일본의 여러 중앙은행은 일부 정책금리를 0 아래로 내렸다. 덴마크를 시작으로 유럽중앙은행, 스위스와 스웨덴,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스위스의 정책금리는 한때 -0.75퍼센트까지 내려갔다.
중앙은행에 자금을 맡긴 금융기관이 오히려 이자를 내는 구조였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이 돈을 쌓아두기보다 대출과 투자로 돌리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영향은 금융시장과 일부 고객에게도 이어졌다. 몇몇 은행은 일정 규모 이상의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다. 돈을 은행에 맡겨두는 데 비용이 생긴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대출금리도 0 아래로 내려갔다. 2019년 덴마크에서는 명목금리가 연 -0.5퍼센트인 1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등장했다. 이자만 놓고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갚아야 할 원금이 조금씩 줄어드는 구조였다. 다만 실제 대출에는 별도의 수수료와 비용이 있었다.
과거에는 명목금리가 0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고 보았다. 은행에 돈을 맡겨 비용을 내느니 현금을 보유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을 보관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금고가 필요하고, 운반과 보안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마이너스 정책금리의 시대는 이후 끝났다.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했고, 일본은행도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현실에서 금리의 하한은 반드시 0일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