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ne.

Le temps qu'il faut 시간을 들이는 중

나의 부업일기

D+—

누적 매출 0원

2025년 8월 17일 21시 04분부터

0· 개시 잔액

D+344

2025년 8월 17일 21시 04분 — 2026년 7월 27일

누적 매출 0원

7년째다.

졸업하고 안전해 보이는 길로 떠내려왔다. 가슴이 뛰는 일도 아니었고, 가장 잘하는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다.

이 길이 최선이라고 자꾸 되뇌었다. 그럴수록 아니라는 확신이 선명해졌다.

2025년 8월 17일. 일요일 밤 아홉 시 사 분.

결제 버튼을 눌렀다.

셀 수 없이 많은 강의와 전자책들 중에서 고르고 골랐다. 담아두고 며칠을 두었다. 창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그리고 눌렀다.

다음 날은 월요일이었다. 출근이 이미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도전이었다.

세어보니 344일 전이다. 49주하고 하루.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사람이었다.

실패할 만큼 앞으로 나아간 적도 없었으니까.

···

수집해둔 정보들, 쌓아둔 책들, 결제해둔 전자책과 강의들.

그렇게 나는 어쩌면 용기를 사모으고 있었는지 모른다.

총액이 얼마인지는 지금도 모른다. 수십만 원. 카드 내역을 열면 삼십 분이면 나올 것이다. 열어본 적이 없다.

숫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7년째.

그리고 아픈 쪽은 금액이 아니다. 결제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건 영수증이 없다.

시간은 흘렀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

어느 날, 그냥 시작했다.

'시작'이라기에도 너무도 사소했다. 머릿속 떠다니는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내심 뿌듯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감각 때문일까.

지금도 글을 수집하고 있다.

전자책을 쓰기로 했다.

···

그렇게 나는 무려 네 권의 책을 집필(?)했다. 정확히 설명하려다 순간 헷갈리게 되는 용어와 개념을 풀어낸 시리즈였다.

AI 도구를 적극 활용했다.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재미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잊고 있던 몰입의 순간을 경험했고, 조금 과장하면 열정이 살아있는 듯했다.

동시에 의구심이 있었다. 나의 능력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AI에 의존하는 것은 아닐까.

이 의구심은 지금도 있다. 지우지 않고 적어둔다.

야심차게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되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유료 광고까지 활용했다.

시간이 흐른다.

0이었다.

지금도 0이다.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극적으로 양산되는 공격적인 후킹형 광고는 하지 않았다. 자존심이었을까. 아니, 정확히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 판단은 지금도 취소하지 않는다.

···

주변 모두는 회의적이다. 그렇게 해서 그게 되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공담들을 늘어놓는다. 알고리즘 속에서 수없이 봤던 장면들이다. 도대체 뭘 하는 거냐고 한다.

답하지 못했다. 할 말이 없다.

입을 닫았다.

지금 하는 말에는 무게가 없다. 결과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맞다. '상품'은 열심히 잘 만드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팔아야' 하는 것이다.

···

나는 긴 시간을 두고 스스로를 증명해내는 일에는 자신이 있다. 그러나 보통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가장 먼저 생각해낸 것은 설정된 카테고리를 바꾸는 일이었다. 승인 절차를 거치는 플랫폼의 특성상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시장을 바꾸기로 했다.

···

시장의 첫 피드백을 받았다.

무응답이라는.

도메인을 정했다. 검색을 해보지만 많은 옵션들이 선점되어 있다. 긴 고민 끝에 선택 가능한 하나를 고른다.

···

페이지 하나를 만들었다.

기대와는 꽤 다르다. 마치 메모장에 꾸밈없이 적어놓은 글씨같다.

···

완벽하게 시작하려 하지 말자. 그런 것은 없다.

그냥, 하자.

퇴근 후의 한정된 시간과 체력. 그것이 더 이상 이유가 될 수는 없다.

···

움직여야 한다. 나를 전부 잃어버리기 전에.

···

나는 가만히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344일.

누적 매출 0원.

같은 344일에 남은 것.

완성된 책 일곱 권. 노트 네 권과 탭 세 권. 티스토리와 노션에 쌓인 글들. 인스타그램 계정 여럿. 쿠팡파트너스 계정 하나. 도메인 하나. 아직 다듬는 중인 페이지 하나.

일곱 권은 재고다. 자산이지만 아직 현금이 아니다.

그리고 팔리지 않는 재고는 언젠가 값을 내려 적어야 한다.

첫 책에 내가 쓴 문장이 있다. 이익은 현금이 아니다.

이번에는 나에게 적용한다.

···

자산은 일곱으로 늘었고, 길은 하나였다.

앞에서 나는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적었다. 장부는 그 문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매출이 0인 것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다르다.

다만 늘어난 것이 전부 같은 쪽에 쌓였다.

여기까지가 개시 잔액이다.

여기서부터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전혀 엉뚱한 다른 방향을 향할지도, 돌아서 갈지도 모른다. 어디로 가 닿을지, 아니 어디에든 닿기는 할지 보장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록해보려 한다.

내일은 D+345다.

Commentarii — 날마다의 기재

D+357 누적 매출 0원 2026. 8. 9

온라인상의 전용 공간, 웹페이지가 틀을 잡아간다. AI 파트너들과 함께 이리저리 직접 부딪히며 한 땀 한 땀 작업하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효율성 측면에서는 다른 길이 있다. 빠르게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실험해보고, 살아남는 것에 집중하는 길. 그 편이 빠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껏 해왔던 대로 견고하게 다지며 가본다.

오답노트가 될지, 다른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D+359 누적 매출 0원 2026. 8. 11

웹페이지의 초기 버전이 마무리되어 간다. 설정할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다. 실제 결제와도 연동했다.

이제 가장 어려운 도전이 남았다.

마케팅이다.

D+360 누적 매출 0원 2026. 8. 12

준비가 되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역시 광고일까. 마음속 가장 두려운 숙제다.

처음 가는 길이다. 가이드라인은 없다. 나만의 레코드라인을 그려 가야만 하는 것이다.

과정 속에서 AI 파트너들과, 그리고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좋아. 가자.

D+361 누적 매출 0원 2026. 8. 13

변수가 발생했다. 꽤나 결정적인 부분이다. 광고 및 홍보 부분에 대해서는 외부 마케팅 대행 서비스를 쭉 생각해왔다. 간과했던 부분이 있다. 직접 부딪혀보니 예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온전히 혼자서 해내야 한다. 많은 생각이 스친다. 매일 꾸준히 포스팅을 해도 여전히 조회수가 0인 놀라운 계정들이 떠오른다. 이전과는 다르게 해야 한다.

하고 싶은데 안 하고 싶다. 여기서 멈추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끌렸던,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갔던 콘텐츠들을 되짚어본다. 공통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숨어서 남의 이야기만 했다. 그런데, 할 만한 나의 이야기라는 것이 있던가?

그렇게 특별할 것 없다. 아니, 오히려 어쩌면 평범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으로는 말이다. 그래서 더 부업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 아니었던가.

또다시 강의를 찾았다. 분명 인사이트와 배울 점이 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정성을 유지하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기 이전에 먼저 내어 주어야 사람의 마음은 움직일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판매’라는 단어를 보느라 놓치고 있었다.

경쟁은 맞지만 제로섬은 아닐 것이다.

D+365 누적 매출 0원 2026. 8. 17

일 년이다.

일 년 전 오늘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오늘 런칭(?) 하기로 했다. 첫 포스팅이다.

이미지와 짧은 영상도, 캡션도 마무리 단계라 생각했는데 신경 쓸 부분들이 계속 나타난다. 오래도록 생각만 해오던 도구들을 열어본다. 부딪혀서 해보는 거다.

어떻게든 파일들을 완성하고 이제는 포스팅만 남았다.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순간이다.

두렵다.

가자.

D+366 누적 매출 0원 2026. 8. 18

알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어떤 알림도 없다. 그럼에도 앱을 열지 못하고 있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유난히도 무겁다. 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거지, 난. 그냥 가자.

긴 하루가 지났다. 현실을 마주한다.

평균 시청시간 1초, 스킵 100%

아무 일도 없었다. 현실의 소음과는 반대로 적막하기만 하다.

그래. 시작이다. 이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끝내 돌아서라도 가야만 한다. 내 삶의 주권을 찾는 일은 내가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다.

Personne이 쓰고, bymoon이 펴냅니다.